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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활동가 응원사업] 2018년 (공익기금) 공익활동가 재충전지원사업_황정욱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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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0.08.25 11:31 3,23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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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희망재단 공익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 후기 - 황정욱

 

강릉의 파도소리와 고요함이 동시에 재충전의 시너지를 만들다!”

 

매년 특별한 의미가 있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활동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특히나 나에게 2018년은 특별했다.

 

사무국장으로서 꾸려나가야 하는 안산더좋은사회연구소2년 차를 맞이했고, 지역에서 안산시민정치포럼의 사무국을 본격적으로 맡게 된 것은 물론, ‘안산민주시민교육협의회가 발족했고 그 과정부터 본격적인 운영까지 사무국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런 2018년을 지금에 와서 뒤돌아보니 일정이나 사업량으로는 정말 정신이 없었고, 중간 중간 목표와 중심을 점검하고, 나와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갔어야 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 많이 떠올랐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연말연초 휴일까지 일하며 보내고 2019년을 정신없이 맞이했다. 2019년은 출발은 더 특별했다. 안산희망재단의 공익활동가 재충전 지원사업을 통해 2019년은 말 그대로 충전하며 시작할 수 있었다.

 

새해 첫 주말, 14일부터 6일까지 강원도 여행을 떠났다. 평소 여행을 즐기지 않는데다 강원도는 나에게 너무나 생소한 곳이었다. 사실 처음 계획은 강릉을 첫 번째 여행지로 시작해서 그 일대 도시 한두 곳을 더 돌아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 도착한 강릉에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대중교통으로 다녀야 되는 상황도 있고, 여러곳을 많이 다니는 여행보다는 한 군데 좀 머무르며 생각하고 쉼을 중심에 둔 여행으로 만들어 보자라고 말이다.

 

버스터미널에서 긴장된 마음으로 강릉행 버스를 타고 귀에는 흥겨운 음악을 틀어둔 채 창밖으로 차가운 겨울 풍경을 즐겼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행의 기분 탓인지 강릉까지 시간은 금방이었다.

 

처음 가보는 강릉이었다. 터미널에 내려 근처 시장으로 먼저 발길을 옮겼다. 강릉 월화거리와 중앙시장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강원도 음식이라는 옹심이를 처음 먹어봤다. 추운 날 따뜻한 국물로 식사를 한 후 재래시장을 구경했다. 딱히 산 것은 없는 구경이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냄새 물씬 나는 시간이었다.

 

이어 오늘의 목적지인 강릉커피거리 해변으로 출발했다. 택시를 탈 수도 있지만 이 지역 버스를 타보겠노라는 생각에 굳이 걸어서 버스 정류장을 찾아 덜컹거리는 버스에 올라탔다.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버스에 내려 잠깐 걷다보니 가슴도, 머리도, 눈도 확 트이는 바다가 눈 앞에 나타났다. 불어오는 1월의 바다 바람은 강렬했지만 출렁이는 파도와 넓은 모래사장은 충분히 여행의 들뜸을 보장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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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찍지도 않는 셀카를 몇 장 찍으며 잠깐 여행을 즐겼다. 엄청 길어보이는 해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차가운 바람, 반면 따사로운 햇살, 고요한 해변길이 뭔가 안 어울릴 듯 하지만 내가 그 가운데 있어서인지 또 어울리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일부러 이어폰은 빼서 가방에 넣었다. 파도 소리를 귀에 담고 싶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하기 싫었던 힘들었던 순간도, 오랜만에 떠올려보는 지난 여자친구와의 바다 데이트 장면도, 어린 시절 가족들과 갔었던 해운대 해변가도. 별 생각이 다 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여유와 사색을 즐기고, 미리 예약해두었던 숙소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혼자 여행에 혼술은 필수인가. 평소 즐기지도 않던 캔맥주와 과자 한 봉을 편의점에서 집었다. 그리고 저녁을 못먹어 컵라면과 주전부리도 몇 개 더 집었다.

 

이런 시간이 얼마만인가? 아무 생각 없이 tv 틀어놓고 맥주캔을 집었다. 자취방에는 없는 tv가 눈앞에 있으니 자꾸만 리모콘을 누르게 된다. 괜히 아래쪽부터 위로 채널을 바꿔본다. 와 내가 평소 몰랐던 tv 프로그램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다음 날은 원래 정선으로 넘어가기로 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강릉에도 안 가본 곳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대중교통으로 강원도를 짧은 23일에 돌아다닌다는 것이 인터넷 돌아다니며 계획 짤 때와는 다른 것임을 확실히 배웠다.

 

아침 일찍 나와 커피거리에 넘치는 카페 중 맘에 드는 카페를 하나 골라 들어갔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빵 하나를 즐기며 여유를 동시에 즐겼다. 그렇게 여유 있는 오전을 보내며 다시 시내 쪽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강릉에 원조 교동짬뽕이 있다해서 찾아갔는데 세상에 줄이 서 있었다. 내 성격에 줄 서서까지 무언가 먹지는 않지만 여행의 묘미라는 생각에 결국 먹었다. 사실 뭐 평소 먹어보던 짬뽕과 무엇이 다른지는 경험해보시라.

 

그리고 사실 강릉에서는 가장 알려진 해변인 경포대에 가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계획한 여행이었지만 나만의 여행이기에 계획을 깨는 것도 수정하는 것도 너무나 쉬웠다. 나만 결정하면 그만이었으니. 경포대로 이동해 바다에 가기 전에 경포호수가 멋있다고 해서 호수에 먼저 들렸다. 소화도 시킬 겸 호수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호수라 한 바퀴 도는데 한참 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내게 있는 것이 무엇인가? 시간과 결정권이다. 나만 결정하면 충분히 시간을 쓸 수 있다. 여유롭고 흥미로웠던 산책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나오는 길에 강릉시민들이 만든 평화의 소녀상을 만날 수 있어 더 반가웠다. 상록수역에 있는 소녀상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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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경포대로 갔다. 커피거리가 있는 안목해변도 좋았지만, 역시 강릉의 아니 강원도의 최고는 경포대였다. 시원하고 드넓은 경포대 해변을 거닐다보니 내 마음도, 내 가슴도 뻥 뚤리는 기분이었다. 아 경포대 안와보고 다른 곳으로 넘어갔으면 후회할 뻔 했다. 갑자기 잡은 숙소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갑작스럽고, 즉흥적인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아침은 맑은 공기 마시며 강릉하면 떠오르는 사적지, 오죽헌에 발길을 두었다. 보물 제165호로 지정된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栗谷) 이이(李珥)가 태어난 집으로 조선 중종 때 건축되었는데 이는 한국 주택건축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에 속한다고 한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잠깐의 고요함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렇게 3일간의 짧은 강원도, 아니 강릉 여행을 마무리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물론 피로감을 머금고 있었지만 정신만은 상쾌했다. 긴 피로감을 풀 수 있고, 무겁고 어려운 고민을 잠시 덜어두고 여유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휴식을 통한 정신적인, 신체적인 재충전 기회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지원하고자 하는 이 사업의 취지에 걸맞는 여행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즐기지 않던, 또는 못하던 삶을 살아왔는데,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어 일부러 시간도 만들고, 지원해 준 예산으로 부담 던채로 숙소도 잡고, 식사도 할 수 있어 재충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여유와 충전이 2019년을 한참 보내고 있는 지금, 좋은 추억으로 또 갖고 싶은 건강한 희망으로 남아 보탬이 되고 있으니 다행이고 소중하다. 또 다른 기회가 있기를 바래보며 추억정리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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