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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기금

2020년 (코로나특별기금) 청년공익근로지원사업 '힘내요 안산TEXI' 위홍선 활동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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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0.08.25 13:50 2,73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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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이기는 20대 청년 지역 공동체 프로젝트-안산청년공익알바 에세이

위홍

 

에세이는 개인의 이야기다. 그러나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어떤 단체 활동에 참여했던 이야기를 쓰려한다. 두 가지 사이의 괴리가 대단치 않기를 바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2019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었다. 호흡기로 전염되고 백신이 없으며 합병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아 1월말에 국내 확진자가 생겨남과 동시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고 소독제는 동이 났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세탁기가 자주 돌아갔고 샤워 빈도도 늘었다. 학교는 개학을 미루고 사이버 강의로 진행됐다. 올해 처음 대학을 입학하는 우리집 막내는 오리엔테이션도 입학식도 없이 3월을 보냈다. 이걸 쓰고 있는 5월 중순인 지금 학교를 두어 번 갔다 온 게 다였다. 동기들과 얼굴 본 일이 손에 꼽는 댄다. 국내에서만 일어난 일이 이 정도이고, 세계적으로도 퍼진 바이러스에 국외는 더 난리였다.

연초 콘서트나 박람회 같은 행사 알바를 가끔 뛰었던 나는 줄줄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바람에 고스란히 집에 있게 되었고 모친에겐 빈둥대는 걸로 비춰졌는지 이 일을 소개받게 되었다. 코로나19를 이기는 20대 청년 지역 공동체 프로젝트 안산청년공익알바가 생겨난 기반이자 내가 참여한 이유다.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생겨나 활동했다. 코로나로 모든 활동과 행사가 줄어들고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지금 서로를 독려시키고자 방역이라는 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니, 의의와 취지, 그리고 참여자들에게 모두 윈윈인 활동이 아닐 수 없었다. 택시방역활동이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는지, 언제 어느 시간에 어떻게 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건 아무것도 몰랐지만 일단 신청했다. 적힌 전화번호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지만 주말이라 평일까지 기다렸다 신청하면 선착순 신청이라 아슬아슬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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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모친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오자 이런 위험한 시기에 괜히 불특정다수를 만날 걸 생각하니 염려스럽다며 걱정의 뜻을 비쳤다. 맞는 말씀이긴 했다. 관계자분들도 알바생들도 충분히 알고 있을 거였다.

그러나 학교도 안가고 집에서 가족들과 복닥복닥하게 지지고 볶은 것도 한달이 넘었다. 집에서 계속 밥을 해먹다보니 요리 실력이 늘었고 베이킹까지 손을 대고 있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바깥공기는 침대를 뒹구는 게 가장 행복한 게으름뱅이에게도 달았다. 비록 마스크를 끼긴 했지만 말이다. 나는 조심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도 손을 많이 씻어서 물을 자주 마시는데도 손의 피부가 건조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가벼운 오티도 했다. 새로운 캠페인이었고 알바생들도 관리자들도 모르는 게 많았다. 많이 해보면 매뉴얼이 없어도 해본 티가 난다. 왜 그렇게 느꼈냐면, 오티를 할 때 조금 일찍 도착했다. 5시 시작이라면 4시 반에 도착했다. 일찍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일단 모인 사람들 위주로 간단한 설명을 해주셨다. 설명을 들으며 계약서를 나눠받아 작성하고, 본인확인을 한분씩 해주고, 통장 사본을 제출했다. 한꺼번에 하고 있으려니 관리자 분들도 어수선해졌다. 만약 한번이라도 해보셨다면 대기하다가 5시 정각에 설명을 듣고 순서대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유니폼을 받고 퇴근했을 것이다. 열정은 넘치셔서 다들 땀을 뻘뻘 흘려가며 꼼꼼하게 살피셨고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더 좋았다. 진짜 열심이신 게 눈에 보였다. 많이 준비해두어도 모르는 일이 닥치기 마련인데 충분히 해결해나갈 각오가 있으신 것처럼 보였다. 나도 그런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

실제로 관리자분들이 정말 바쁘게 활동하셨다. 알바생들의 거주지 근처로 활동지를 배정시키고 되는 시간과 안되는 시간을 분류해서 시간표를 짜야했다. 소독제와 닦아낼 청소포, 니트럴 장갑은 수시로 보충을 해줘야 해서 부족한 물품을 매번 점검했다. 출퇴근할 때 인증사진을 첨부한 밴드글을 작성해 올려야 했는데 꼼꼼하게 알려주시고 혹시 몰라 반려동물 사진까지 첨부해 예시 작성까지 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반려동물을 자랑하시려는 마음도 있으셨던 것 같다. 그런 건 따로 밴드나 인스타그램을 개설해서 11사진을 올려주시면 좋겠다. 기꺼이 보러갈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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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에도 야외활동이라 날씨에 민감했다. 비가 오면 그날 활동은 모조리 취소였다. 비오기 직전에 상황을 파악해 일정취소를 알려주시는 것도 빨랐다. 직장인 출퇴근 시간엔 택시 손님이 많아 바쁘니까 그 시간을 피해서 스케줄을 작성하셨대서 놀랐다. 최대한 마음써서 탈없이 활동하려는 게 보였다. 방역할 때 크로스백 메고 하면 좋더라, 같은 얘기도 해주고 현장조사도 꼼꼼하게 하셨다. 주말은 일 안하신다는데 금요일 밤 12시 반에 스케줄표가 올라와서 짠해졌다. 부족 물품을 계속 전달해주시던 분들은 말할 것도 없다. 알바생들도 알바생이지만 관리자분들도 진짜 고생 많이 하셨다. 활동이 끝난 이후에도 모든 활동을 정리해서 알바비까지 지급했으니, 끝나도 끝나지 않는 일이셨을 것이다. 노고에 감사드린다.

오리엔테이션 때 들었던 걸 간단히 정리하자면, 4주간 안산에 있는 여러 택시정류장에서 택시를 방역하는 일이었다. 선착순으로 대략 80명의 신청자를 받았고 최소 6회에서 최대 8회까지 13시간씩 활동한다. ~금요일 평일 동안 오전, , 오후로 A, B, C조로 나누었다. 방역활동은 마스크와 유니폼을 착용하고 택시기사님에 정중히 의사를 묻고, 괜찮다면 실시했다. 승객이 가장 많이 접촉하는 앞좌석과 뒷자석, 외부 손잡이와 내부 손잡이, 바닥에 소독액을 분사하고 닦아냈다. 랜덤으로 거점을 돌아가며 생수나 사탕, 견과류, 세차타올 등을 나눠드리기도 했다. 택시노동조합에 협력 요청을 드렸어서 특별근무 때는 조합에서 활동했다. 도로변에서 주로 활동하기에 안전에 유의하라고 각별히 주의받았다. 안산YMCA 단체에서도 협동해 활동했다고도 들었다. 사용할 물품과 비용은 안산희망재단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고 하셨다.

가장 강조하셨던 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안전에 주의하라는 것, 방역활동을 하다 아프거나 열이 나면 바로 얘기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라는 거였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이 캠페인을 끝내는 것이 우리의 제일 큰 목적이었다.

첫날, 나는 첫날 활동 스케줄이 없었기 때문에 괜히 활동하시는 분들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기분을 느끼며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폈다. 인증사진은 뒤에 정류장이나 위치를 알기 쉬운 곳을 등지고 찍으면 좋고, 교대하면서 스케줄이 겹치는 다른 조 사람과 같이 올려도 된다는 걸 알았다.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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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근무날은 긴장했고 가까운 화장실과 휴식공간을 몰라서 당황했으며 굉장히 정신없이 지나갔다. 잃어버릴까 가방에 가득 비품을 들고다녀서 어깨가 뻐근했고 스프레이를 계속 분사해서 손가락이 얼얼했다. 장갑을 낀 손 안쪽이 땀 때문에 축축해졌었다. 새삼스레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계실 의료진분들께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야외활동이라 아침은 쌀쌀했고 낮엔 해가 뜨거웠다. 끝날 때쯤엔 반팔이 딱 적당한 날씨가 되어서 감개무량해졌다.

단기기억력이 형편없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이 일에 적응이 된 후에도 방역 안한 택시와 방역한 택시를 분간하는 걸 계속 헷갈려했다. 번호판을 외운 다음 얼마안가 까먹어서, 두 번씩 기사님께 물어보느라 너무 죄송했다. 1234번이라면 천이백삼십사년이라고 년도로도 외우고, 광고지가 붙어있거나 택시 머리에 색깔로 외워보기도 했다. 나중엔 번거롭더라도 아예 폰에 써두었다. 그랬더니 두 번 물어보는 일은 없어졌다. 짜증내지 않고 웃으며 대해주신 기사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첫날 서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같이 열심히 했던 교대조 분도, 작은 거라도 알려주고 가려고 신경써주셨다. 돌이켜보니 고마운 일 뿐이다.*

또한, 일이 끝나고나서 옷은 세탁하고 손을 깨끗하게 씻고 폰도 알콜로 잘 닦았다. 원래도 외출 후에는 당연히 하는 일이었지만 알바를 시작하고 더 강박적으로 하게 되었다. 나만 아픈 거라면 모를까, 집에 있는 가족들과 같이 일하는 분들, 수시로 만나는 기사님들이 있으니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지나다니던 시민들은 의외로 관심이 없으셨다. 중앙동이나 중앙역같이 번잡한 장소에서는 다들 전단지를 많이 받아보셨는지 유니폼을 입고 택시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을 눈길도 주지 않았다. 시민 분들과 얘기한 일은 손에 꼽는다. 택시를 닦고 나오니 탈지말지 머뭇거리셔서 문을 열어드리며 방역 활동 중이었다고 덧붙인 정도? 그래서 순수한 호의로 말을 붙이신 분이 기억에 남았다. 뉴코아 아울렛 앞의 택시정류장은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긴 하지만 시선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어떤 분이 좋은 일 한다며 말을 붙였을 때도 나한테 하는 소리가 아닌 줄로만 알았다. 지금도 그 분이 기억에 남는다. 감사하다고 말을 덧붙일 수 있었던 게 기쁘다.

아쉬운 게 있다면, 근처에서 하수도 공사하시던 분이 이것저것 여쭤보시더니, 마스크 한 장을 계속 쓰고 있다며 남는 게 없는지 물어보셨다. 당장 가진 게 쓰고 있는 것밖에 없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안산에 거주지로 계신다면 행정복지센터에서 나눠주는 면마스크가 있다는 게 기억나서 조금 후회했다. 지금은 마스크 공급이 원활해졌으니, 그 분도 마스크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지 않길 바랄 뿐이다.

 

혹여 시비가 걸리거나 하는 불상사를 걱정했던 것관 달리 만났던 분들 모두 친절하셨다. 기사님들과 간단한 이야기로 나누고 즐겁게 했는데, 하루에 한 번 꼴로 예쁜 아가씨가 해주니 좋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기사님들은 아버지뻘 되는 중년 남성이 대부분이셔서, 성희롱이란 걸 모르고 하신 것 같았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남는 거라며 괜찮다고 말씀드려도 계속 간식거리를 쥐어주신 분들도 많고, 배포물품을 드리면 별거 아닌데도 꼭 고맙다고들 얘기하셨다. 기억나지 않는 좋은 일들도 많았다. 그러니 약간의 의식만 개선하면 바로잡힐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짧은 듯 긴 한달이 지났다. 안산희망재단에서는 또다른 캠페인이나 활동을 하실거고 알바생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이 알바가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고 바란다. 함께했던 모든 분들께 다시금 감사드린다.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출처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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